지난 두 달 사이 미국에서 네 개 주가 움직였습니다. 뉴욕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환경 허가 발급을 중단했고, 텍사스는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줄의 다음 단계를 멈췄습니다. 펜실베이니아는 데이터센터를 빠른 허가 대상에서 빼고 새 조건을 붙였으며, 오리건은 주 소유지에서 진행되던 거래를 얼렸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규모가 더 큽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300곳이 넘는 시와 카운티, 타운십이 데이터센터를 멈추는 결정을 표결로 통과시켰습니다. 전기요금과 물 사용, 땅, 주민 피해를 둘러싼 걱정이 정책으로 옮겨간 결과입니다.
그래서 기사만 읽으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회의장에서 하나씩 멈춰 세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그 이야기를 숫자로 따져 봤고,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몇 달에서 1년까지 새 데이터센터의 허가와 착공을 잠시 멈추는 조치입니다. 대개 지방정부가 결정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미 내준 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신청을 받지 않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왜 이런 조치를 할까요. 많은 지역의 규칙이 100메가와트가 넘는 시설을 상상하지 못하던 시절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규칙을 새로 짤 시간을 벌자는 것이고, 주민의 반대에 응답한다는 신호를 주면서도 투자를 영영 거절하지는 않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300건이 넘는 조례의 경계선을 하나씩 확인하고, 자기들이 추적하는 6,000곳 넘는 데이터센터 목록과 필지 단위로 맞춰 봤습니다. 어느 프로젝트가 어느 조례 안에 들어가는지, 그 프로젝트가 아직 그 허가를 필요로 하는지까지 확인한 것입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조례가 그어 놓은 선 안에 들어간 용량은 약 20기가와트인데, 그 때문에 실제로 일정이 밀린 것은 1,525메가와트였습니다. 7.6%입니다. 뉴욕주 조치까지 더해도 전국 합계가 약 2.3기가와트에 그칩니다.
맨 위가 조례 경계 안에 들어간 용량이고 아래 둘이 실제로 밀린 용량입니다.
막대 길이는 기가와트 기준이며 붉은 상자가 전국 합계입니다.
조례 안에 있다는 것과 실제로 늦춰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밀린 물량의 대부분은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콜로라도의 세 프로젝트입니다.
1기가와트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 한 기의 출력과 비슷합니다. 데이터센터로 치면 대규모 캠퍼스 한두 곳 규모입니다.
그러니까 2.3기가와트가 늦춰졌다는 말은 큰 캠퍼스 두어 곳이 밀렸다는 뜻이고, 같은 해에 새로 들어설 38기가와트와 견주면 6%가 되지 않습니다.
조례 하나가 프로젝트 일정을 실제로 바꾸려면 아홉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그 조건을 하나씩 따졌습니다. 바꿔 말하면 하나만 어긋나도 그 조례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크게 보면 네 가지 이유로 정리됩니다.
조례가 프로젝트 일정을 움직이지 못하는 네 가지 구조입니다.
원문은 이를 아홉 가지 조건으로 더 잘게 나눠 설명합니다.
카운티가 막아도 그 안의 시에 있는 부지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허가를 이미 받아 둔 프로젝트도 손이 닿지 않습니다.
미국의 지방 행정은 층이 겹쳐 있습니다. 카운티가 있고 그 안에 시가 따로 있습니다. 카운티가 만든 조례는 대체로 시에 편입되지 않은 땅에만 적용됩니다. 그래서 카운티가 데이터센터를 막아도, 그 카운티 안에 있는 시의 땅에 지어지는 캠퍼스는 조례와 무관합니다.
기간도 문제입니다. 조례는 보통 6개월에서 1년입니다. 2028년에 문을 열 프로젝트가 허가를 신청할 때쯤이면 그 조례는 이미 만료돼 있습니다. 개발사는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실제로 효력을 낸 드문 사례도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 인근의 노스포인트 캠퍼스입니다. 부지가 시가 아니라 타운십 안에 있었고, 타운십이 2026년 6월 규모 기준 없이 데이터센터를 그대로 막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회사는 필요한 허가를 아직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고 첫 건물은 그해 4분기 착공 예정이었습니다. 우회할 방법이 없어 인허가가 2027년으로 밀렸습니다.
조례가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미시간이 45건으로 가장 많고 오하이오가 40건으로 뒤를 잇습니다. 상위 네 개 주가 전국의 절반가량을 차지합니다.
막대는 제정된 지방 조례 건수입니다.
아래 상자는 상위 네 개 주가 차지하는 몫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난 곳에서 반대도 뒤따라 커졌습니다.
미시간은 건수가 가장 많은데 실제로 멈춰 선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미시간에 조례가 몰린 계기는 2024년 말 주지사가 서명한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이었습니다. 혜택이 생기자 개발 신청이 몰렸고, 그 뒤를 이어 조례가 늘었습니다. 오하이오는 사정이 다릅니다. 2025년 중반 데이터센터가 밀어 올린 전력 비용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이 1년 만에 25.7% 올랐고, 그 충격이 조례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시간입니다. 조례 수는 가장 많은데 실제로 멈춰 선 프로젝트는 사실상 없습니다. 큰 사업들이 이미 데이터 관련 용도가 허용된 산업용지에 자리를 잡았거나, 조례가 생기기 전에 계획 승인을 받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텍사스는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줄의 다음 단계를 멈췄습니다. 이 때문에 전력망에 붙어야 하는 프로젝트는 서너 달이 밀립니다. 그런데 요즘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을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 발전기를 두는 방식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왼쪽이 전력망 연결에서 생기는 지연이고 가운데와 오른쪽이 현장 발전입니다.
현장 발전은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옆에서 직접 전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전력망이 애초에 필요 없던 프로젝트에는 이 조치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확정된 장비 발주 75기가와트 가운데 텍사스로 가는 물량이 가장 많습니다.
전기요금을 재는 계량기를 기준으로 바깥쪽은 한국으로 치면 한국전력의 영역이고, 안쪽은 사용자의 영역입니다. 계량기 뒤편 발전은 그 안쪽에 발전기를 두고 직접 전기를 만들어 쓰는 방식입니다.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몇 년씩 줄을 서야 하는데, 이 방식은 그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급한 AI 데이터센터가 여기로 몰립니다. 국내 기업에는 이것이 기회입니다. 발전용 엔진과 관련 설비를 만드는 회사들이 바로 이 수요를 받습니다.
미국인들은 AI 자체에는 우호적이지만 데이터센터에는 부정적입니다. 세미애널리시스가 8월에 한 조사에서 데이터센터를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이 46%로 좋게 본다는 29%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46%였습니다.
위가 데이터센터, 아래가 AI 전반에 대한 응답입니다.
붉은 상자는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경우에 대한 응답입니다.
AI는 좋지만 우리 동네는 안 된다는 태도가 뚜렷합니다.
이 정서가 11월 선거를 앞두고 지방 조례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건설이 이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서 본 구조입니다. 조례는 새 신청을 막을 뿐이고 이미 굴러가는 공사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의 속성입니다. 잠시 멈추는 조치는 주민에게 응답한다는 신호를 주면서도 되돌릴 수 있지만, 주 전체를 영구히 제한하는 법은 만들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2026년에 발의된 13개 법안이 모두 폐기됐고 본회의 표결까지 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 자료는 미국 이야기이지만 우리 시장과 세 곳에서 만납니다.
첫째는 전력 설비입니다. 데이터센터가 계속 지어지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현장 발전으로 간다면 발전용 엔진과 변압기, 관련 설비를 만드는 회사에 수요가 이어집니다. 확정된 장비 발주만 75기가와트라는 숫자가 그 근거입니다.
둘째는 부품입니다. 데이터센터 안에는 메모리와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가 들어갑니다. 건설이 멈추지 않는다면 그 물량도 멈추지 않습니다.
셋째는 심리입니다. 9월 중순 국내 증시는 AI 투자가 꺾일 수 있다는 걱정으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 자료는 그 걱정 가운데 규제 부분을 숫자로 재 본 것이고, 아직 규모가 아니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